육군/병장(20100901)

인맥관리

헛바람 2010. 8. 30. 17:53

프로의 인맥관리는 광맥관리다!


전미옥


사람을 만날 때마다 받게 되는 명함. 정리할 새도 없이 빠르게 늘어나기 마련이다. 그러다가 마음먹고 한 차례 정리하다보면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의 얼굴이 그제야 한 사람씩 떠오른다. 이 사람들이 모두 내 삶의 우군이자 재산이라는 생각을 하지만, 빠듯한 직장생활과 일상생활의 고단함에 지쳐 어느샌가 늘 보는 사람들과의 쳇바퀴처럼 하루하루를 엮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현재의 생활에 변화와 활력, 남다른 성과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프로라면 만나는 사람들 모두를 인맥이 아니라 광맥처럼 여긴다. 그 안에 늘 엄청난 보물이 잠재해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NQ와 SQ를 높이자

중장년층 이상의 연배에 있는 직장인들은 어린 시절 대가족 안에서 자랐기 쉽다. 기본 사남매는 흔하고 육남매도 그렇게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대가족의 틈바구니에서 자란 사람들은 이미 자연스럽게 여러 사람 틈바구니에서 타인의 생각을 빨리 알아차리고 대처하는 눈치가 남다르게 훈련된다. 그런데 영어로 표현하려 해도 '센스(sense)' 정도일 뿐, 딱히 꼭 들어맞는 단어가 없다고 할 정도로 우리만의 정서 안에서 미묘하게 쓰이고 있는 이 ‘눈치’야말로 사회생활에서 가장 큰 덕목 중 하나로 이른바 요즘 한창 각광을 받고 있는 ‘SQ’(사회적 지능지수)로 풀이할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상대방의 감정과 의도를 감지하는 능력을 말한다.


또 하나 NQ, 즉 공존지수가 있다. 새로운 네트워크 사회에서 우리 모두 함께 잘살기 위해 갖추어야 할 공존의 능력을 일컫는 말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자격을 알아보는 잣대이며 또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 소통을 위한 도구이다. 그러므로 NQ의 또 다른 이름은 행복지수라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최근 NQ와 SQ에 대한 직장인들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다. 인간관계, 인맥이 곧 자신의 사회적 성공과 성취를 위해 중요한 부분이라는 사실을 깊게 인식하면서, 이것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사회에서 나의 입지와 존재 가치가 달라지는 것을 실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공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협력해 문제를 해결할 줄 아는 사람이며, 넓고 다양하며 원만한 인간관계를 가지려는 노력을 구체적으로 기울인다.


하지만 NQ와 SQ를 높이려는 노력은 이미 실천하고 있지만 알지 못하거나, 알지만 실천하는 못하는 부분이기 쉽다. 새롭게 이렇다 하게 개념을 정리하면서 그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었을 뿐 이미 우리 안에서 빈번히 일어나고 실천되고 있다. NQ와 SQ의 차원이 뭔가 내가 하는 일과는 남다른 고차원적인 일이 아닐까 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기본에서 시작하자. 그 기본은 ‘정성’이다. 인맥은 당신의 정성으로 만들어진다. 당장 시작하되 길게 보고 교감을 나눠야 한다. 인맥 관리는 시간이 남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없는 시간을 쪼개가며 하는 것이다. 정성을 다해 그들과 말이 통하고, 생각이 통하고, 느낌이 통하고, 마음이 통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세일즈왕이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사람들만 보더라도 그들이 고객에게 쏟은 진심 어린 정성과 인내가 곧 그들의 파워 인맥이 될 것을 잘 알 수 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을 확인시켜 준다.


인맥관리와 인맥관리 제품으로 성공한 두 경영자

직장인들이 인간관계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설문 결과가 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운영하는 임원급 대상 유료정보 사이트 ‘세리CEO’에서 회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CEO가 될 수 있는 최고 덕목으로 ‘대인지능’이 꼽혔다. 한 마디로 인간관계, 인맥관리를 잘 해야 성공한 CEO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사람이 재산’이라는 철학으로 폭넓은 인간관계로 소문난 CEO 중엔 올림푸스한국의 방일석 사장이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CEO를 꿈꾸는 후배 샐러리맨들에게 인맥관리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CEO가 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으로 역시 폭넓은 인간관계를 꼽는다. 사업을 하다 보면 어김없이 ‘사람이 재산’이라는 원칙과 만나게 된다는 게 방사장 경영 철학이다. 실제 머지않아 창립 100여 년을 향해 달리는 올림푸스 기나긴 역사에서, 방사장이 외국인 가운데 최초로 등기임원에 발탁될 수 있었던 힘도 그의 철저한 ‘인맥관리’에서 비롯되었다. 95년부터 일본 삼성 주재원으로 고객사인 올림푸스 임원들과의 끈끈한 네트워크를 형성했던 게 올림푸스한국 사장으로 영입될 수 있었던 비결이었기 때문이다.


또 한 사람, 인맥관리 솔루션 회사로 주목받고 있는 (주)한국인식기술의 송은숙 사장은 누구보다 더 절실하게 사람관리의 중요성을 경험했다고 고백하는 경영자다. (주)한국인식기술은 국내 문자인식기술 분야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회사로 ‘문자인식 기술분야의 총아’라는 평가를 받던 이인동 박사가 지난 1993년 설립한 회사다. 문자인식 솔루션 ‘글눈’으로 각광받으면서 코스닥 등록을 앞둔 2002년말 남편이 과로로 세상을 떠나면서 회사가 어려움에 빠지자 송사장은 10여년간의 교사생활을 접고 CEO로 변신했다.


사업이라고는 아무것도 모르는 막막한 상태에서 남편을 잃은 슬픔을 주체할 겨를도 없이 시작된 경영자 생활은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남편의 주위에 있었던 많은 사람들의 아낌없는 도움으로 경영자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고 송사장은 회고한다. 인맥관리의 중요성을 깨달은 송사장은 이때부터 사람들이 조금 더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인맥을 관리할 수 있는 솔루션을 세상에 내놓는 꿈을 꾸게 되었다. 그 꿈이 현실화된 첫 작품이 명함리더기 ‘하이네임 1.0’이다. 인맥관리의 중요성을 깨달은 경영인의 인맥관리 솔루션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고, 출시 1년 만에 20여개 기업이 이 시스템을 도입하는 성과를 올렸다.


송사장은 말한다. 사람 속에 모든 열쇠가 들어 있으며, 사람이 자산이고 정보와 지식인 시대에는 얼마나 효과적으로 사람을 관리하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고, 그래서 기업 차원에서도 직원들의 인맥을 충분히 활용하기 위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맥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직장은 그 안에 다양한 직급이 있는 것처럼 회사가 각 직급에 요구하는 개인의 능력은 다를 수밖에 없다. 일반 평사원에 대해서는 실무, 업무처리 능력을 중요시하는 반면, 중간관리자와 고급관리자로 올라가면 실무 능력보다는 업무 조율, 리더십, 대인관계를 중요시하게 된다. 실제 일을 뛰어나게 잘 하는 사람보다도 사람을 뛰어나게 잘 관리하는 사람이 CEO가 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전문가의 의견도 여기서 나온다. 대기업, 중소기업을 불문하고 인사 평가자들은 직급이 높은 사람을 뽑을수록 후보자들의 대인관계, 인맥을 더 꼼꼼히 살피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제 직장인들은 평소 무신경 했던 부분부터 조금만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늘 하는 일이라 무신경했던 부분, 일상에 쫓긴다는 핑계로 소홀했던 부분부터 챙기자. 예를 들면 핸드폰 문자나 이메일은 24시간 내에 답신하며, 명함은 먼저 받고 나중에 주되 상대방 명함은 자세히 살펴보는 것, 중요한 사람은 3개월에 한번 이상 메일을 보내고 6개월에 한번 이상 만나는 기준 같은 것도 필요하다.


또 인맥을 유용하고 시의 적절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자신부터 맡은 분야에서 전문가가 돼야 한다. 인맥 넓히기의 기본은 자기 탐구라는 점을 명심하고, 인맥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데에는 자신의 이미지가 큰 몫을 차지한다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호감을 주거나 인상적인 모습을 안겨주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보도 필요하다. 상대가 미처 알지 못하거나 꼭 알고 싶어 하는 정보를 알려준다면 자신의 유용성을 크게 어필할 수 있다. 책이나 신문, 잡지, 영화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얻은 정보를 화제 삼아 이야기함으로써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을 실천하는 데 있어서 너무 조급하게 굴어서는 안 된다. 사람관계는 적어도 1년 이상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조건 많은 사람을 알고 만나는 것보다는 자신에게 얼마나 필요한 사람인가가 더욱 중요하다. 현재 자신이 속한 네트워크들을 정리하고 커뮤니티의 중요도를 분류해 놓는 것이 필요하다. 중요도에 따라 인맥을 관리하는 것이 효율적인 방법이다. 인맥은 더 이상 주먹구구로 만들어갈 수 없으며 치밀한 준비와 노력 안에서 가능하다.


한국사회는 여섯 단계만 거치면 대부분 누군가를 아는 사이가 된다는 통계가 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세상 참 좁다’는 말을 실감하게 되는 것도 이 같은 부분에서 연관성을 찾을 수 있다. 한 치 걸러 두 치 정도면 어찌어찌 하여 나를 알고 나도 누군가를 아는 관계가 된다. 그렇다 보니 평판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좋은 인맥을 갖고 싶다면 더 이상 적극적인 실천을 미루지 말자. 바로 지금부터 시작하자. 새봄이다. 조금 소원했던 사이라도 인사 나누기 좋은 시기다. 디지털에 익숙한 시대지만 오랜만에 따뜻한 목소리로 지인의 안부를 묻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파워 인맥 구축을 위해 가장 소중한 시간은 지금, 가장 소중한 곳은 여기, 가장 소중한 사람은 실천하는 바로 당신이다.